無逸
편안하지 않음
周公曰嗚呼(주공왈오호) :
주공이 아뢰기를, ‘오,
君子所其無逸(군자소기무일) :
지위가 있는 사람은 놀이를 즐기지 않는 법입니다
先知稼穡之艱難(선지가색지간난) :
먼저 농사짓는 어려움을 알고
乃逸(내일) :
편히 놀 줄 안다면
則知小人之依(칙지소인지의) :
낮은 백성들의 의지함을 알게 될 것입니다
相小人(상소인) :
낮은 백성들을 보면
厥父母勤勞稼穡(궐부모근노가색) :
그의 부모들이 부지런히 일하며 씨 뿌리고 거둬 들이는 어려움있는데도
厥子乃不知稼穡之艱難(궐자내부지가색지간난) :
그 자식들이 부지런히 일하며 씨 뿌리고 거둬 들이는 어려움을 알지 못한다면
乃逸(내일) :
이에 편히 놀고
乃諺(내언) :
상말을 하며
旣誕(기탄) :
방종하게 될 것입니다
否則侮厥父母(부칙모궐부모) :
그렇지 않으면 그의 부모를 업신여기고
曰昔之人無聞知(왈석지인무문지) :
이르기를 ’옛날 사람들이라 듣고 아는 것이 없다‘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.
이 글은 주공(周公)이 조카 성왕(成王)을 경계하여 한 말로 알려져 있는 것입니다. 형인 무왕(武王)이 죽고 어린 조카인 성왕을 도와 주나라 창건 초기의 어려움을 도맡아 다스리던 주공의 이야기입니다. 군주의 도리로서 무일(無逸)하라는 것이지요. 안일에 빠지지 말 것을 깨우치고 있습니다.
“군자는 무일(無逸.편안하지 않음)에 처하여야 한다. 먼저 노동(稼穡)의 어려움을 알고 그 다음에 편안함을 취해야 비로소 백성들의 고통(小人之依)을 알게 된다.
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의 모습을 보건대 그 부모는 힘써 일하고 농사짓건만 그 자식들은 농사일의 어려움을 알지 못한 채 편안함을 취하고 함부로 지껄이며 방탕 무례하다. 그렇지 않으면 부모를 업신여겨 말하기를 옛날 사람들은 아는 것(聞知)이 없다고 한다.“
이 무일 편에서 개진되고 있는 ‘무일사상(無逸思想)’은 주(周)나라 역사경험의 총괄이라고 평가됩니다. 생산노동과 일하는 사람의 고통을 체험하고 그 어려움을 깨닫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.
이 무일사상은 주나라 시대의 고대정서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. 중국문화와 중국사상의 저변에 두터운 지층(地層)으로 자리잡고 있는 정서라고 생각합니다.
나의동양고전 독법[강의] - 신영복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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